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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주 전문가 칼럼

No.12위험천만한 청소년 미국 영주권, 허위/과장광고

2023. 10. 12 이선경 법률위원





1993년 발매돼 인기를 누렸던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트로트 곡이 있습니다.

노래 가사 중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가 있는데요. 가수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연출로 대중에게 가볍게 다가갔지만 어느 철학자 명언보다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때마다 큰 위로가 됩니다.

가사처럼 사람들은 본인이 가진 능력에 맞춰 이 세상을 살아갑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주거 형태와 생활 환경을 갖추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합니다.

한국 교육열이 높은 만큼 이러한 논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자녀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학부모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립니다.

교육부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사교육비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교육비에 참여하는 학생은 평균 78.3%에 달하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41만원, 총 사교육비는 25조9538억원입니다.

2023년 3월 15일 자 SBS 뉴스 취재 파일에 따르면 위 통계는 조사 시기, 평균 기준 등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일반고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72.4만원으로 4인 가구에 자녀 2명을 가정하면 한 가구 총소득의 28.3%를 사교육 지출이 차지한다고 재해석했습니다.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가 있은 2007년 이래 역대 최대 금액으로 사교육비에 대한 가계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이 기사는 지적합니다. 이렇게 가계 부담이 커짐에도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자녀교육입니다. 자녀교육은 현재가 아닌 미래 존재 가치와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미국 유학은 한국 사교육의 대안으로 대두됐습니다. 미국 유학을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반드시 미국 영주권이 따라줘야 한다는 생각이 전반적인 미국 유학·이민 업계의 해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식 사랑을 악용해 잇속을 취하려는 허위·과장 광고들이 문제입니다.

최근 학부모들에게 ‘청소년 영주권 (Special Immigrant Juveniles, SIJ)’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돼 과열된 부모의 교육열을 자극하는 허위·과장 광고가 있습니다. 청소년 영주권은 부모로부터 방치, 유기, 학대 등을 당해 아동 법원의 보호를 받는 서류 미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발급됩니다. 즉 청소년 영주권을 신청하기 위해 부모는 아동학대범이 돼야 하는 것이 기본 조건인데요.

며칠 전 청소년 영주권에 대한 문의를 받은 적 있습니다. 상담자 말에 따르면 본인은 자녀들을 밤 9시 이후까지 공부를 시켰기 때문에 아동학대범에 해당하고 상담자 자녀들은 미국으로 들어가 불법체류만 하면 청소년 영주권을 신청 요건에 부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놀랍고 충격적인 논리였는데요. 간절한 심정으로 상담자에게 미국 이민법이 정하는 청소년 영주권의 실질적 요건과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는 자녀에게 영주권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청소년 영주권 하나뿐이라는 강한 신념에 사로잡힌 듯 이 모든 사실을 부인했는데요. 우리는 정보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정보 중에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악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허위 광고들이 다분합니다. 아무리 자녀 미래를 위해 유학과 영주권이 중요하다지만 이런 허위광고에 진실이 가려져서는 안 될 일입니다.

‘자녀에게 미국 영주권만 줄 수 있다면 부모는 아동학대범이 되어도 좋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부모의 한없는 사랑과 희생으로 둔갑해선 안 될 일입니다.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합법적인 유학과 영주권을 준비하되 필요하다면 미국 이민 변호사 혹은 전문가와 상담해 허위광고를 잘 선별할 수 있도록 하는것이 좋겠습니다.



이선경 법률 위원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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