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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주 전문가 칼럼

No.10미국 이민 영화 ‘미나리’ 시절 닭 공장을 아는가

2023. 09. 21 이선경 법률위원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가 있다.

2021년작 영화 ‘미나리’이다. 미국 이민 10년 차 한인 부부가 두 아이를 기르며 미국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삶의 애환을 그린 가족영화이다. 이 영화 후기는 극명하게 둘로 나뉜다.

‘눈물을 펑펑 흘릴 정도였다’라는 부류와 ‘생각보다 지루했다’라는 부류이다. 배우 스티븐 연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제이콥이 “캘리포니아에서 10년간 병아리 똥구멍만 쳐다봐야 했다”라는 말을 한다. 이 대사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영화는 지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필자 생각이다.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은 크게 3가지 경로로 볼 수 있다. 가족 초청 이민, 투자 이민, 취업 이민이다. 극중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사로서 취업을 통한 이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취업 이민 중 신청자 학력이나 경력을 전혀 보지 않는 직종이 있는데 이를 ‘비숙련직(Unskilled)’이라고 일컫는다. 비숙련 직종은 흔히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을 말한다.

신청자들은 닭 공장으로 불리는 육가공업 종사자, 병원 간호조무사 혹은 간병인, 꽃 재배 업체 근로자, 가정방문 요양사 등이 이에 속한다. 비숙련직 취업 이민은 미국 내에서 3D 업종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며 인력을 확보하려는 미국 이민 제도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경제개발을 위한 원조와 외화 획득을 목적으로 1960~1970년대 파독 근로자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2023년 현재도 비숙련직 취업 이민을 통해 영주권을 획득하려고 희망하는 신청자가 여전히 많다.

신청자에 대한 별다른 조건이 없어 영주권 취득과 미국 내 경제활동을 위한 좋은 기회로 쉽게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워라밸(work, life, balance를 합친 신조어.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함)을 중요시하는 현대인들에게 ‘고된 노동을 미국에서 해야 한다’라는 당위성은 미국 영주권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몇몇 이주업체는 비숙련 취업 이민을 통해 영주권 취득 후 ‘실제 미국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광고하는 데 사실과 다르며 엄연히 이민법 위반을 조장하는 일이다.

미국 내 3D 업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는 영주권을 받았다면 반드시 미국 입국 후 해당 업종에서 일해야 한다. 영주권만 취하고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전문가적 해석은 둘째로 하고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해도 판단이 될 것이다. 미국 내에 학생 신분으로 공부하겠다는 사람에게 학생비자를 준다.

학생비자를 받고 미국에 입국한다면 학생으로서 해당 학교에서 공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비숙련직 취업을 목적으로 영주권을 획득했다면 미국에 입국해 해당 업체에서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영주권을 받았으니 일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이런 불법적인 영주권 수속을 진행한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떠안고 사는 셈이다.

미국 이민국은 실사를 통해 불법 노동자들을 가려낼 것이기 때문이다. 추후 시민권 심사에서 이런 사안이 적발될 수도 있다. 이민법 위반으로 미국에서 추방되면 영구히 미국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실을 외면한 채 불법을 조장하는 허위 광고에서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합리적인 판단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부모만 믿고 미국으로 이주할 내 자녀들에게 불법으로 취득한 영주권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잘 판단하길 바란다.

취업을 통해 영주권을 획득하면 반드시 미국 내 해당 업체에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선경 법률 위원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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